게임 리뷰 - 역전재판 4 by 사카키코지로


네, 기억하고 있으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지난 주에 샀던 역전재판4를 클리어 한지도 좀 되었겠다,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리뷰를 올립니다.

참고로 본문에 쓰이는 스샷들은 전부 이 게임의 공식 사이트에서 펌해온 것이에요.

캡콤의 게임 중, '그다지 큰 기대도 하지 않고 만들었는데 대박을 친 게임'이라면 단연 바이오 해저드와, 역전재판일 겁니다. 법정이란 배경에서,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리해나가는 독특한 방식의 게임 시스템이 일부 매니아층을 형성 시킬 수 있었던 점이 바로 역전재판 시리즈의 인기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요, 법정을 소재로 한 덕분에 다소 일본풍의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지역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부분은 본 시리즈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시리즈는 두차례에 걸친 시스템의 추가를 겪어왔습니다. 2편에서는 상대방의 굳게 잠긴 마음을 풀어해치는(?) '사이코 록' 시스템이 추가되었고, '되살아나는 역전'에서는 NDS의 터치 스크린, 마이크의 기능을 활용한 '과학조사' 시스템이 추가되었었죠. 어느쪽 둘 다 상당히 호평 받은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나온 4편, '나루호도의 역전재판은 이것으로 마지막이다'라는 약속을 캡콤은 지키고 오도로키 호스케라는 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등장인물들도 대거 교체,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나루호도와 되살아나는 역전에서 '마요이를 대신한 느낌의 조연'이었던 호즈키 아카네를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한편 엑스트라 캐릭터 중 시리즈 3편에 전부 출현했던 '오바 카오루'는 조그만한 도트 그래픽과 짤막한 대사를 갖고 찬조출현합니다. 3편으로부터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살아있었단 말인가.....)

4편의 주인공, 오도로키 호스케.
나루호도 류이치가 스파2의 류 같은 느낌이었다면
(그렇다고 나루호도가 시종일관 진지한 캐릭이었냐면 그건 아니지만)
오도로키는 신고나 숀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뭔가 '잘한다'라는 느낌보다는 '이건 좀 어색한데....'라는 느낌을 많이 주는 캐릭터지요.


특히 이번 게임은 NDS로 나온 최초의 신작이다보니 본 게임을 제작하기 위한 실험작이라고 할 수 있는, 되살아나는 역전에서 시도되었던 '과학 조사'시스템을 전4화에 걸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되살아나는 역전의 시나리오 분량이 짧아서 과학조사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없었던 점을 4에서 이뤄냈다는 느낌이 들 정도네요. 특히 지문 조사나 루미놀 뿌리기 이외에도 석고를 이용한 발바닥 조사 등,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서 전작보다 증거 정보를 갱신하는 수단이 늘어난 것도 높이 평가할 수 있습니다.

2~3편에서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되었던 사이코 록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간파하기'가 새로운 심리 게임의 주력 시스템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말하고 있는 상대방의 몸짓을 살펴보며 특정 대사에서 특이한 반응을 보이고 있으면 그 부분을 간파함으로써 상대방의 거짓말을 밝혀내는 것이지요. 뭐, 얼핏 보면 매우 어려워보입니다만, 실제로 해보면 쉽고 생각보다 재밌습니다. 앞으로 오도로키 호스케의 역전재판이 계속해서 나올 거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이번, 그리고 앞으로의 역전재판의 주력 시스템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스템이라고 보네요.

반면 시나리오 면에서는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위증을 밥 먹듯이 하는 증인들, 한가닥 맛이 가버린 검사들, 갈대 같은 마음씨의 재판장....... 법정을 물로 보는 듯한 코미디 분위기 속에서 펼쳐지는 심리전, 그리고 이미 전 시리즈를 다 플레이 해봐서 본 게임에 익숙해진 플레이어들 조차도 놀랍게 만드는 의외의 반전, 다 이번 4에서도 잘 살려져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이 고작 4화에서 끝난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는데......4화를 플레이 해보세요. 놀랍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역전재판4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재미를 불러낼 다양한 요소를 동원해봐도 역전재판은 결국 역전재판. 추리 어드벤처 게임의 한계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무슨 뜻인고 하니, 한 번 클리어하면 내용을 다 알고 있으니 2주차부터는 재미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겁니다! 게다가 비록 4화에서 시나리오 분량을 2화급으로 늘려놓긴 했습니다만, 결국 짧은 건 마찬가지. 그저 플레이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봤자 하루 이틀 늘어날 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서는 짧은 플레이 시간을 감수해야 됩니다. 당신이 이 게임에 몰입하면 몰입할 수록, 추리를 잘 하면 잘 할 수록 플레이 시간은 더더욱 짧아질 거에요. 이런 게임 소장해서 어쩌자고, 클리어 한 뒤 다른 게임으로 바꿔버리면 그만이지라는 마인드를 가지신 분이라면 저도 특별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오도로키 호스케
본 게임의 주인공,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류보다는 신고나 숀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게 됩니다. 진지한 부분보다는 어설프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이 보이지요. 아마 제작사측도 '어차피 나루호도같은 캐릭터로 만들어봤자 그의 그늘에 가릴 뿐이다'라는 결론을 내린 거 같습니다. 그래서 게임 내내에 걸쳐서 간지나게 삿대질(...)하는 부분보다는 놀라서 표정이 일그러지는 부분이 많이 나오지요. 하지만 덕분에 주인공다운 '간지'는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오도로키만의 개성은 존재하므로 앞으로 나올 역전재판 시리즈의 주인공으로써는 적절한 설정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나루호도 미누키
이번 신작의 마요이. 이 한마디로 미누키에 대한 설명은 거의 다 끝납니다. 하지만 전작에서 마요이가 제멋대로이고, 건방지면서, 트러블을 자주 일으키는 문제아 캐릭터였다면 미누키는 약간 차분하면서도 귀여운, 게다가 게임 진행에 매우 큰 도움이 되는 캐릭터입니다(제멋대로인 건 얘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전작의 마요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왜 그녀가 인기가 있었는 지 이해가 되질 않았습니다만, 미누키라면 충분히 새로운 역전재판의 히로인으로써 인정받을만한 캐릭터라고 보네요. 4화에서의 반전 덕분에 오도로키하고의 섬씽은 불가능해졌습니다만......

나루호도 류이치
뭐, 나루호도가 사건 용의자로써 법정에 서게 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만...... 역전재판 3의 나루호도하고는 또다른, 새로운 나루호도가 되어서 나타났습니다. 그것도 덜 깎은 수염, 자신의 매력포인트(?)인 칼날 머리를 숨긴 모자, 너털한 웃음 등. 과연 이게 전작의 그 나루호도가 맞는 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간지나는 캐릭터로 탈바꿈했죠(나간지?). 이번 작품의 1~3화 전체에 걸쳐서 알 수 없는 행동만을 펼칩니다만, 4화에서 그 수수께끼가 전부 밝혀집니다. 마치 역재3의 고도 검사 같다고나 할까요?

가류 키리히토
처음 이 게임을 시작 할 때는 이 캐릭터가 전작의 아야사토 치히로, 호시카케 변호사처럼 보일 겁니다. 하지만 시작하자마자 뒤통수를 때리는 엄청난 반전! 역재1에서 치히로가 죽을 때보다 놀라운 전개에 전 치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이 쥐고 있는 반전의 열쇠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는게 더더욱 놀라운 사실이죠. 정말, 이 이상은 누설 할 수 없습니다.

가류 쿄야
이번 게임의 주력 검사(?). 쉽게 말해 역재4의 미츠루기 레이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 지금까지의 역재 시리즈를 해보신 분이라면 기존 시리즈 최고의 검사라 할 수 있는, 고도 검사를 떠올리면서 '너 따윈 고도 검사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라고 외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솔직히 멋지다기 보다는 재수없는 캐릭터에 속하니), 이전 시리즈의 검사들하고 달리 가류 쿄야 검사는 '진실의 추구'에 자신의 사고관을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불러놓은 증인을 의심하고 추궁하기도 하며, 가끔은 오도로키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해주기도 하죠. 확실히, 카리스마나 멋에 있어서 가류 검사가 미츠루기나 고도 검사를 능가할 거 같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류 검사에게는 그만의 개성, 미워할 수 없는 특징이 갖춰져 있어요. 개인적으로 역재 시리즈 검사 중 제일 좋아하는 건 새침부끄 속성인 카르마 메이 검사입니다만(...)

호즈키 아카네
되살아나는 역전에서 과학조사 관련으로 나루호도한테 큰 도움이 되었던 호즈키 아카네. 그녀가 이번 신작에서 형사로 등장한다는 소식에 전 엄청난 기대에 부풀어있었습니다만 포장을 풀어보니 왠걸, 완전히 이토노코기리 케이스케 형사가 되어있었습니다(...). 아니 뭐, 이토노코 형사처럼 수사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어리버리 형사까지는 아닙니다만(오히려 오도로키의 사건조사에 많이 도와주는 쪽이죠), 게임 등장 내내 무언가를 씹어먹고 있질 않나, 뜬금없는 개그를 하지 않나, 분위기는 완전 이토노코 형사의 그것입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제 망상파워를 받고 쑥쑥 자라던 이미지들이 와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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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ARISU 2007/04/24 00:51 # 답글

    저도 아카네는 히로인까진 아니더라도 뭔가, 준 히로인급(?)을 기대했는데
    완전히 이토노코 형사 취급이더군요. 거기다가 나루호도와 관련된 이벤트도 없고 ;;
  • 마젠카 2007/04/24 15:54 # 삭제 답글

    저도 nds유저로 한번 해보고 싶은 작품이네요. 뭐 2편 밖에 안해봤지만 나름 기대하던작품이니까요
  • 사카키코지로 2007/04/25 01:33 # 답글

    ARISU: 뭐 게임 내내 과자를 씹어먹는 아카네의 모습도 귀엽긴 귀엽더군요.

    마젠카: 2편까지 해보셨다면 4편도 해볼만 합니다. 전작들하고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시피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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