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서티 TOP 10 - 최악의 게임 수출 네이밍 9위 by 사카키코지로

더블서티 TOP 10 - 최악의 게임 수출 네이밍 9위입니다. 세계적인 격투게임 스파2의 혼동스러운 네이밍 센스를 뛰어넘은 네이밍 센스는 과연 어떤 게임일까요?



9위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상기 화면은 북미판 파이널 판타지 6입니다)


일본식 RPG의 쌍두톱이었던 스퀘어와 에닉스.
에닉스의 간판 RPG인 드래곤 퀘스트가 일본의 국민 RPG로 자리잡았다면, 스퀘어의 파이널 판타지는 세계인들의 RPG 프랜차이즈가 되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가 먼저 나온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약간은 아이러니하다고 할 수도 있죠. 그러나 그것이 현실. 세계적인 규모로 봤을 때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사람이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를 한 사람 보다 월등히 많을 겁니다.

자, 그럼 이미 합병한 회사의 작품 중 어느 쪽이 더 인기있냐에 대한 얘기는 관두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사람들에게 "시리즈 중 어떤 작품이 가장 뛰어났는 지"를 물어봅시다. 물론, 시리즈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타이틀이라면 단연 7일 겁니다. 하지만 순수한 작품성만을 두고 하는 얘기라면 다양한 답변이 나올 수 있겠죠. 그럼 결과는?

일본,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 유저들 중엔 6를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미국권 유저들 중엔 3를 답하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이게 바로 그 동서양의 사고관 차이에 의해서 생기는 결과일까요?

아뇨, 실은 그 두 게임이 똑같은 게임이거든요.

패미컴으로 발매된 첫 파이널 판타지는 도산 위기에 놓였던 스퀘어가 회사의 명운을 걸고 만든 게임입니다. 그래서 제목에 FINAL이 들어가는 거였죠. 하지만 그 작품이 대박을 치게 되자 스퀘어는 이 게임을 미국으로도 수출하여 더 많은 수익을 벌게 됩니다. 그런데 1의 로컬라이제이션에 시간이 걸리다보니 북미에 파이널 판타지가 나왔을 때 일본에서는 파이널 판타지 3가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2는 스킵하고 3를 영문화하기로 했죠.

근데 왠걸요. 8비트의 시대가 끝나고 16비트의 시대가 찾아오게 됩니다.
북미판 슈퍼 패미컴인 SNES에 의해 매상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스퀘어는 결국
파판 3의 영문판마저도 포기하기에 이르지요.

자, 기억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파이널 판타지 4는 최초로 16비트 기계에 나온 파이널 판타지입니다. 네, 이거라면 북미에 발매해도 괜찮겠죠. 그래서 스퀘어는 이 게임을 로컬라이징합니다. 근데 2편과 3편을 북미에 내질 않았잖아? 이걸 그냥 4라고 발매해야 되나?

안되죠, 그래서 그들은 파이널 판타지 4를 파이널 판타지 2라고 바꿔서 수출합니다. 사는 순간 이미 그들은 낚이고 있는 겁니다. 파닥파닥~

파이널 판타지 5는 일본에서만 발매된 채 해외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대신 6가 발매되었죠. 그런고로 스퀘어는 6마저 타이틀을 바꿉니다. 3으로요. 마찬가지로, 3이라고 생각하고 이 게임을 산 사람은 이미 그 순간 속은 겁니다. 3의 III는 III가 아니라 실은 VI인거죠.

사실, 게임 로컬라이징이 얼마나 힘든 직업인 지 알고 있는 사람이 로컬라이징 문제로 게임 제목이 바뀌어 버린 걸 욕하는 것처럼 찌질한 짓도 별로 없을 겁니다. 특히 번역할 문자량이 엄청나게 많은 RPG장르라면 더더욱 그렇겠죠.

네, 스퀘어의 선택이 옳았던 겁니다. 만약 그들이 4를 북미에 발매하면서 '사실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2와 3는 북미지역에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면 많은 반발들이 있었겠죠.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잖아요?

그런데 1996년, 스퀘어는 닌텐도 진영을 떠나서 만든 첫 파이널 판타지로 자신들이 6년동안 숨겨왔던 비밀을 공개합니다.

네, 파이널 판타지 7은 파이널 판타지 7입니다.
미국을 가도, 심지어 처음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발매된 유럽에서도
파이널 판타지 7은 파이널 판타지 7입니다.


왜 갑작스레 제목 바꾸기를 관두고 7으로 통일한 걸까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수단이 생겨서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게 된 탓일까요?
그동안 게임의 원래 제목을 숨겨온 게 양심에 찔려서 였을까요?
아니면 그저 제목 바꾸는게 귀찮아져서 그런 걸까요?

아무튼, 파이널 판타지 3의 차기작이 파이널 판타지 7이라는 사실에 많은 북미 유저들이 당혹해 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어레, 4/5/6은 어디로 가고 갑자기 7이지?'
'미안, 2는 원래 4였고, 3는 원래 6였어.'
'???? 그럼 2, 3와 5는 대체 어디로 간 거야????'

여기서 한발자국 더 양보해봅시다.
파이널 판타지가 미국에 발매된 게 1990년이었고 6가 발매된 게 1994년이었습니다. 7의 일본판이 1996년에 발매되고 미국에는 97년에 발매되었는데 7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일본판이 나올 때부터 이미 북미 유저들은 자신들의 파이널 판타지 제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그러니 6년동안 지켜진 비밀이지요. 즉, 어차피 언젠가는 밝혀질 내용이었습니다. 고작 게임 제목 하나 갖고, 그것도 그냥 숫자 넘버링 만으로 더블서티 TOP 10에 들겠다고요? 안되죠, 이 정도론 2%는 아니더라도 한 60%는 부족합니다.

자, 그럼 도대체 파이널 판타지의 어떤 부분이 저를 열받게 만들어 스파2의 사천왕을 뛰어넘고 9위로 만들게 했을까요? 믿거나 말거나입니다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이름 때문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파이널 판타지는 판타지물입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몬스터나 보스들이 세계각국의 신화/전설등에서 이름을 따오게 되죠. 오딘, 리바이어선, 시바, 이프리트, 바하무트.......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해본 분이라면 알고 있을 전설에 나오는 괴물/신/동물 이름입니다. 하지만 영문화를 거치면서 몇몇 이름들이 원래의 이름들과는 전혀 다른 이름으로 재탄생되곤 했습니다. 한가지 예로 힌두교의 신중에 하나인 칼리는, 일본어의 발음제한 관계상 카리가 되었고, 그게 영문화를 거쳐서 그대로 카리라고 북미판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훔바바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푼바바가 되어 북미판에 나왔습니다. 뭐, 나중에 PS용 리메이크판에서 수정되긴 했습니다만.....

몇몇 소환수들은 아예 이름이 바뀐채 나오곤 했습니다. 이프리트는 북미에서 진이었고, 라무는 인드라였습니다. 게다가 그 소환수 이름은 7과 8에선 이름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서 나왔죠. 그런 점을 크게 신경 쓸 유저는 별로 없었겠지만, '어? 제 그거 아니야?'란 생각을 한 사람은 무지 많았을 겁니다.

음, 그럼 이쯤에서 제가 가장 싫어하는 북미판 파이널 판타지 네이밍 센스를 소개하죠. 북미 유저들 중에서는 이 이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던 거 같은데요, 그 점이 저를 더더욱 열받게 만듭니다. 보세요.

테라!?
완전 뒤통수에 911 테러 맞은 느낌의 네이밍 센스군요.

이건 좀 다른 경우입니다만, 북미판의 경우 강화된 주문은 숫자로 표기했었습니다. 파이어는 Fire지만 파이라는 Fire2, 파이가는 Fire3, 이런 식이었죠. 하지만 리메이크가 되면서 일어판의 강화주문을 그대로 영문으로 옮겼습니다. 덕분에 일어판으로 할 경우에는 주문의 끝마디가 '라'냐, '가'냐 등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만 영어판에서는 주문 이름 전체를 봐야했기 때문에 구분하기가 매우 불편해졌죠. 아니 이전에는 숫자로 구분해둬서 보기 편하게 해놓고서는 왜 일부러 망쳐놓는 거죠?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겁니까?

결론을 내리자면,
대작 RPG를 해외판으로 로컬라이징 하는 과정에서 파이널 판타지는 여러번의 실수와 수정을 거쳐왔습니다. 몇몇은 어른의 사정 관계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몇몇은 조금만 더 신경 써줬더라면 충분했을 것이었고, 몇몇은 도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였죠. 어쩌면 이게 바로 게임시장에서 언어의 장벽을 허물어가는 하나의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있었던 일은 있었던 일. 파이널 판타지의 수출판에 여러 문제가 있었던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8위를 기대해주세요.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kojiroh.egloos.com/tb/4171590 [도움말]

핑백

덧글

  • 軍人발칸 2008/02/21 20:29 # 답글

    흥미로운 시리즈로군요.

    뭐랄까.. AVGK(...)
  • 사카키코지로 2008/02/22 09:58 # 답글

    발뱀 : 영향을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향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 정시퇴근 2008/02/22 15:59 # 답글

    와 재미있는 정보였습니다! 잘읽었습니다~!
  • 사카키코지로 2008/02/23 03:41 # 답글

    정시퇴근 : 앞으로도 자주 덧글 달아주세요. ㅠ.ㅠ
  • 제절초 2008/02/24 10:12 # 답글

    테라.. .라면 분명 파판4의 영감님(...).
  • 사카키코지로 2008/02/24 12:49 # 답글

    제절초 : 4는 제대로 해보질 못해서 등장인물을 잘 모르지만 이미 순수하게 그 이름만 놓고 봐도 테러급이죠.
  • young026 2008/03/08 14:54 # 답글

    terra는 라틴어로 땅이죠.(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
  • 블랙 2008/03/10 14:06 # 답글

    원래 이프리트가 진(지니)의 한종류라는군요. 이프리트가 진으로 바뀐것도 어느정도는 맞는거죠.
  • 사카키코지로 2008/03/11 08:48 # 답글

    young026: 네, 그래서 지구인을 테란이라고 부르는 겁니다만.......

    블랙: 아니 그래도 이프리트랑 진은 엄연히 다른 이름이니까요. 서양에서 이프리트라는 이름이 아예 없었다면 모를까......게다가 나중에는 이프리트로 수정했고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