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서티 TOP 10 - 게임 속의 낚시꾼 5위 by 사카키코지로

여러분 혹시 반전 좋아하세요?
플래툰(영화) 같은 반전(反戰)말고 식스 센스 같은 반전(反轉)말이에요.

전 개인적으로 반전 좋아합니다. 비록 마지막에 좀 낚였다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말이에요.

네, 따지고 보면 반전도 낚시의 요소중 하나입니다.
맛있는 떡밥인 줄 알고 물었더니 미끼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니까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이 반전이라는 낚시질 자체가 새로운 떡밥으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추리소설, 영화, 드라마 등.......

많은 매체에서 반전 자체를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어떠한 반전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까?'하면서 그 매체를 원하게 되죠.

그리고 소비자들이 그런 반전을 계속해서 원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게임 속의 낚시꾼 5위는 매우 긍정적인 낚시(?)를 펼친 경우되겠습니다. 6위였던 소닉하고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죠.



코지마 히데오


게임 좀 하는 사람치고 이 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 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분이 게임 역사상에 남긴 업적을 부정할 사람 역시 없습니다. 많고 많은 게임중에 이 분처럼 '이 사람이 이 게임을 만들었습니다'라며 제작자의 이름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경우도 별로 없으며, 이 분이 얼마나 서양 게임 시장에서 존경 받고 있는 지는 그들이 이 분을 '코지마상'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아무튼, 칭찬은 그정도로 하고 왜 코지마 히데오가 이 리스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원래는 영화인으로 나서려다가 어찌저찌해서 코나미라는 게임회사에 입사하게 된 코지마 히데오는 1986년에 '남극대모험'의 후속작인 '몽대륙 어드벤처'의 제작에 참여한 뒤, '로스트 월드'라는 게임을 만들게 됩니다만 상부의 지시에 의해 제작이 중단되었습니다. 자신의 첫 게임 제작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는 자신의 영화인이 되려고 했던 경험을 사용하여 '영화같은 게임'을 만들기로 하지요. 그리하여 1987년, 세계 최초로 '적한테 들키면 안되는 게임'인 메탈기어가 MSX2 홈 컴퓨터로 발매되었죠.

(사진은 MG3 섭시턴스에 수록된 리메이크판)


메탈기어는 앞서도 얘기했지만 적한테 들켜서도 안되고, 들킬 경우 도망쳐야 되는, 기존의 게임에서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스타일을 선보인, '잠입액션'장르를 개척해낸 명작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풋사과(?) 신병 스네이크가 되어 무장요새 국가, '아우터 헤븐'에 잠입, 포로가 된 폭스하운드 대원 '그레이 폭스'를 구출하고 비밀병기 메탈기어의 정체를 확인, 파괴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면 할 수록, 보초병이나 감시 카메라 이외에도 갖가지 부비트랩들을 피해야 되고, 점프 코믹스에 어울릴 듯한 악당 보스들과 대결하여 그들을 쓰러뜨리게 됩니다. 뭐, 그래도 독특한 게임진행 방식을 제외하면 별로 반전스러운 모습은 보이지 않아요. 당신의 상관인 빅보스가 갑자기 플레이어한테 게임기의 전원을 끄라고 말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렇습니다. 풋내기 신병을 잠입의 달인으로 만들어주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준(아니, 실은 계속 가르쳐줘야 할 걸 잊어버려서 사람 귀찮게 만들긴 했습니다만) 상관인 빅보스가 실은 아우터헤븐의 지도자이자, 이 게임의 최종보스였던 겁니다. 그다지 놀랍지 않다고요? 1987년 당시에는 아군이 사실 적이었다는 반전 같은 건 영화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충격적인 전개였습니다. 게임에서는요? 두말할 필요 없었죠.

배신자 빅보스를 쓰러뜨리면 아우터헤븐은 붕괴되기 시작하고 스네이크는 탈출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반전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지요. 세개의 사다리 중 하나만이 탈출구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어느게 그 사다리지? 힌트 따윈 일절 없습니다. 그저 하나를 찍어야 할 뿐이지요. 그리고 여기서 또다른 반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게임내내 인벤토리를 쓸데 없이 잡아먹을 뿐이지 전혀 쓸모 없었던 아이템인 담배의 정체가 실은 시간을 연장시키는 타임머신이었다는 사실이죠!!! .......뭐, 그 부분은 좀 거짓말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놀라운 반전이긴 했습니다.

잠입액션이라는 독특한 플레이스타일과 마치 B급 액션영화를 보는 듯한 스토리전개 덕분에 메탈기어는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비록 MSX판 메탈기어는 서양시장으로 진출하지 않았습니다만, 코나미의 서양지부라 할 수 있는 ULTRA GAMES에서 코지마의 허락없이 무단으로 MSX판을 NES판으로 이식하는 덕분에 그만한 인기를 얻을 수 있었죠(코지마씨 본인은 NES판 메탈기어를 쓰레기라고 부를 정도로 혹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또 한번 코지마의 허락없이 Snake's Revenge(스네이크의 복수)라는 제목으로 NES판 메탈기어의 후속작이 나오게 되었죠. 비록 코지마 없이 제작된 게임이긴 합니다만, Snake's Revenge역시 북미 및 유럽시장에서 상당히 괜찮은 평가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메탈기어의 후속작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코지마 히데오는 '남이 만든게 아닌, 진짜 메탈기어 후속작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Snake's Revenge가 미국에서 발매된 지 3개월 뒤인 1990년 7월, MSX2 홈 컴퓨터로 메탈기어 2 : 솔리드 스네이크가 발매되지요.

메탈기어2 솔리드 스네이크는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만들어졌다는게 믿기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대작이었습니다. 모든 성공적인 후속작들이 그렇지만, 전작의 장점을 유지한 채 게임의 퀄리티를 높이는데에 성공했기 때문이죠. 그래픽, 사운드, 애니메이션 같은 외관적 요소도 전작을 뛰어넘었습니다만, 포복이나 벽 두들기기 등 잠입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액션들이 가능해졌으며, 보초병들의 지능역시 상당히 똑똑해졌지요.

그리고 스토리면에서도 역시 코지마가 직접 만든 게임 답게 중간 중간에 트위스트가 많습니다. 전작의 가장 큰 반전이었던 동료였던 자가 적이었다는 사실이나, 별거 아니었던 거 같던 물건이 사실은 매우 즁요한 키 아이템이었다는 점, 죽은 줄 알았던 자가 사실은 살아있었다는, 약간은 속이 보이는 전개 등, 이 게임의 주제인 '잠입'을 뺀다고 해도 사람을 몰입케하는 스토리가 메탈기어 2에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유일한 아쉬운 점이라면, MSX판 메탈기어와 마찬가지로 북미+유럽시장에 발매가 되지 않아 서양 유저들은 이 게임이 14년 뒤 모바일용으로 이식될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는 점뿐이네요.

여담으로 몇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원작 메탈기어2의 캐릭터 일러스트는 서양의 유명 영화배우들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리메이크판의 경우 MGS시리즈의 신카와 요지씨 풍으로 일러스트를 새로 그렸었습니다만, 스네이크의 모습은 멜 깁슨(오프닝)과 마이클 매드슨(본편), 로이 캠벨은 리처드 크레나, 빅 보스는 숀 코너리.......이런 식이었죠. 캐릭터의 이름 역시 리메이크 되면서 많이 수정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히로인이라고 할 수 있는 호리 화이트의 경우 홀리 화이트(...)로 수정되었으며, 나타샤 마르코바는 구스타바 헤프너로, 요제프 노던은 죠한 제이콥슨, 페트로비치 매드너는 드라고 페트로비치 매드너로 바뀌었습니다.

메탈기어2의 성공 이후, 코지마 히데오는 잠입액션 시리즈의 제작을 접고 좀 더 영화에 가까운 게임의 제작에 들어가게 됩니다. 비록 게임 자체는 '인터랙티브 시네마'라는 장르를 표방하고 있었습니다만, 그 실제 모습은 당시 PC용 에로게임의 주 장르였던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이었죠. NEC-PC98용으로 첫선을 보이게 된 두 게임의 제목은 1988년에 발매된 '스내쳐'와 1994년에 발매된 '폴리스너츠'였습니다. 스내쳐의 경우 MSX2와 세가CD, 세가 새턴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으로도 발매되었으며, 폴리스너츠의 경우 3DO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으로 이식 됐었죠.

두 게임 다 영화광인 코지마의 성향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게임이었습니다. 스내쳐의 경우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플롯의 구성조차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82년작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 매우 흡사했으며, 폴리스너츠의 경우 스토리는 독창적인 구성을 갖춘 반면에 혈기왕성한 백인 주인공과 보수적인 흑인 동료간의 버디무비 같은 설정이 멜 깁슨 주역의 '리썰 웨폰'시리즈를 연상케 했었죠. 스페이스 콜로니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에선 약간이지만 기동전사 건담의 냄새가 느껴지며, 정신적인 트라우머로 인해 총을 쏠 수 없었던 동료가 마지막에 주인공을 위해 총을 쏘는 장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 다이하드!?"라며 무릎을 치게 되지요.

그리고 메탈기어, 메탈기어 2와 마찬가지로 이 두 게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합니다. 스내쳐의 경우 제가 제대로 플레이한 적이 없어서 뭐라고 제대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폴리스너츠는 정말 대단한 게임입니다. 마지막 이식작인 새턴판이 나온지도 12년이 다되어갑니다만, 지금 당장 플레이해도 누구나 영화를 보듯이 몰입 할 수 있을정도로 뛰어난 스토리 전개는 물론이고 놀라운 반전들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지요. 그리고 엔딩에서 밝혀지는 마지막 반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씁쓸하면서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해보면 압니다.

스내쳐의 경우 해외 수출판이 비운의 게임기......랄까 자업자득의 게임기라고 할 수 있는 세가CD로 나와 수천장이 팔렸을 뿐이며, 폴리스너츠의 경우 새턴판이 북미시장에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동영상 로컬라이징에 문제가 생겨 발매가 취소, 서양유저들한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게 되었습니다만 당당하게 코지마 히데오가 만든 간판 게임중의 하나로 꼽을 수 있습니다(여담이지만 새턴판 폴리스너츠의 경우 모든 여자들을 성추행할 수 있게 되어 도가 지나쳤다는 혹평을 받곤 했습니다......모 나라에 나오지도 않았는데 성추행 게임이라고 욕먹은 두근두근 마녀신판이 생각나는군요). 비록 최근 코지마씨는 이러한 게임의 제작에 참여할 정도로 한가한 편이 아닙니다만, 언젠가 이러한 인터랙티브 시네마 게임들이 한번 더 나와줬으면 하네요.

이렇게 코지마 히데오가 액션게임보다는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에 신경쓰고 있던 사이, 비디오 게임기의 성능은 메탈기어2 솔리드 스네이크가 나왔을 때하고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향상되어있었습니다. 모든 게임기들이 가상체험이니 뭐시기니 해서 3D 폴리곤 표현기능이 가능한 상태였지요. 그리고 그러한 게임기들의 표현능력에 영감을 받은 건지, 코지마는 한동안 접어뒀던 메탈기어 프랜차이즈를 다시 펼치기로 합니다.

11년이라는 긴 잠적시간을 인식한 건지, 메탈기어 솔리드(MGS)라는 새로운 제목으로 나온 메탈기어 3편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의 능력을 최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절히 사용한 결과, 11년 동안 목말라있었던 잠입액션 팬들의 갈증은 물론, 이전의 시리즈를 체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유저들또한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하게 됩니다. 그와 더불어서 MSX판 메탈기어가 인기를 주사했을 당시에는 없었던 잠입액션 신드롬을 일으키게 되지요.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 중에 MGS가 게임 역사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는 모르는 분은 없을거라 나름 짐작해 봅니다. 그런고로 이 게임이후로 발매되는 2편에서 4편까지, 발매 배경에 대한 설명과 스토리상에 등장하는 반전에 대한 언급은 넘어가도록 하지요.

그 대신 제가 MGS 시리즈에 대해서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으니, 바로 코지마가 이 게임의 스토리 내외적인 면에서 많은 유저들을 낚고 있다는 점입니다. 간단한 예를 들어볼까요?

클레이모어 지뢰, 군대를 갔다 온 대한민국의 남성+일부 여성이라면 이 지뢰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지뢰인지 매~우 잘 아실 겁니다. 700개 가량의 조그만한 구슬을 엄청난 폭발력과 함께 퍼뜨리는 이 대인특수지뢰는 한번의 폭발로 반경 50m이내는 초토화시킬 수 있지요. 설령 여러분이 운좋게 지뢰의 뒷부분에 있었기에 구슬샤워를 피했다쳐도 콤포지션 폭약의 폭발로 인해 발생되는 후폭풍이 여러분을 갈기갈기 찢을 겁니다. 근데 이 게임에서는? 밟으면 퍼엉~하고 터진 뒤 스네이크가 땅바닥을 몇바퀴 뒹군 뒤 다시 일어나지요. 그리고 클레이모어 지뢰는 밟아서 터지는 지뢰가 아닙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사람이 직접 원격장치로 폭발시키는 형식의 지뢰이지요. 게다가 스텔스 기능이 있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요? 그런 순억지 설정까지 갖다붙여서 클레이모어를 이 게임에 등장시킬 이유가 있나요?

네, 어쩌면 제가 너무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는 걸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이건 게임이니까요. 그런 식으로 무기의 고증을 충실히 따라주길 원한다면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가 급소에 총알 한방으로 죽어야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게임이 재미있을까요? 아뇨, 그렇게 할 경우 게임이 조낸 쉽거나 조낸 어려워지거나 둘 중 하나가 되겠죠.

하지만 아무리 영화나 게임이 허구이고 과장이 들어간다고 해도, 어느정도의 고증은 지켜줘야 됩니다. 7~80년대의 2차대전 전쟁영화의 경우 2차대전 당시의 탱크나 장갑차등을 재현할 방법이 없어서 그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물건들로 대역(?)을 맡길 수 밖에 없었는데(지옥의 영웅들이라는 영화에서는 이스라엘 전차가 나치 독일 전차로 등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독일군 마크, 심지어는 부대 마크까지 그려넣는 성의를 보여줬었죠. 하지만 클레이모어? 이건 허구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쳤어요. 랄까 왜 많고 많은 지뢰중에서 하필 클레이모어일까요? 실제로 밟아서 터지는 지뢰라면 그 종류가 상당히 다양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철이 되면 자주 민간인 사고가 발생하는 M14, 별칭 '발목지뢰'도 있고요, 그게 좀 빈약해보인다면 밟자마자 땅위에서 불쑥 튀어나와서 수류탄처럼 터지는 M16 도약형지뢰도 있습니다. 둘다 땅속에 묻어서 숨기는 지뢰이기 때문에 스텔스기능이니 뭐니 해서 어거지 설정을 붙일 필요가 없는 지뢰들이지요. 근데 왜 코지마는 그런 지뢰들을 냅두고 클레이모어를 선택했을까요? 게다가 이 클레이모어 지뢰들은 MGS 1~2는 물론, 스텔스 기능이 삭제된(엄밀히 말하자면 1960년대가 배경이니 스텔스가 있을 수 없는) 버전이 3에 나와서 스네이크의 피를 조금 깎는 역할을 맡습니다. 왜 클레이모어를 계속 고집하는 건지, 개인적으로 무척 궁금해요.

그리고 또 달리 짚고 넘어갈 점이라면 지나치게 방대해진 스토리로 인해 생겨버린 설정의 역설, MGS3식대로 얘기하자면 '타임 패러독스'입니다. 비슷한 얘기를 게임 속의 낚시꾼 9위 - 웨스커편에서도 얘기했습니다만 메탈기어 시리즈는 후속을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그 시리즈의 시대 설정이 방대해지고 그로인해 많은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덮기 위한 추가설정이 늘어나게 되었죠.

이번엔 MGS2를 예로 들어봅시다.

제가 설명을 패스했습니다만, MGS2는 파이널판타지 10과 더불어서 초창기 PS2의 판매를 촉진시켜준, 견인 소프트 중 하나였습니다. 메탈기어 2편이 전작인 메탈기어를 뛰어넘을 때와 마찬가지로 전작에서 호평 받던 부분을 유지한 채 전작보다 더 높은 퀄리티의 게임을 만들어냈지요.

하지만 MGS2에서는 스토리에 반전을 가미하려던 나머지 '애국자들'이라는 비밀조직을 새로이 설정에 추가시키게 됩니다. 미국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전체를 조종하는 배후의 비밀단체가 존재한다는 음모론...... 안그래도 신세기 에반게리온 덕분에 진부해보이던 이 설정이 9.11테러로 인해 온갖 음모설이 나돌던 그 당시에 더더욱 진부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 설정은 게임의 주인공이 솔리드 스네이크가 아니라는 점과 더불어서 많은 팬들의 아쉬움을 사게 된 요인이 되었죠. 이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코지마는 MGS의 엔딩에서 제3의 스네이크, 솔리더스가 있다고 밝히는 시점에서 멈췄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버린 걸 어떻게 다시 백지로 되돌리겠습니까. 그래서 코지마는 이 부풀릴 때로 부풀려버린 스토리를 깔끔히 정리하기 전에 한숨돌릴 겸 과거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래서 나온게 MGS3지요.

네, 모든게 계획대로라면 MGS3는 MGS2의 음모론에 실망한 팬들을 달랠겸, 메탈기어 시리즈에 새로운 변화를 가질 기회를 갖게 될, 두가지 이득을 한꺼번에 가져다 줄 게임이었습니다. 그리고 네, 실제로 그 계획대로 돌아갔지요. 비록 팬들의 반응은 전작들에 비해 다소 미적지근한 편이었습니다만(MGS2가 전세계700만장 팔린 반면에 MGS3는 400만이 채 안되는 판매량을 기록했죠), 그래도 평가는 2편을 훨씬 능가했습니다. 주인공도 솔리드는 아니지만 역시 스네이크였고, 철학적인 요소도 그다지 없어서 이것저것 신경 쓸 필요도 없지요.

이런 느낌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겁니다(거짓말)


뭐, 그래도 MGS3역시 약간의 '타임 패러독스'가 있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이 게임에서 스네이크, 나중에 가서는 빅보스가 되는 이 인물은 한쪽눈을 잃게되는데요, 원래 설정에서 빅보스는 다른 시대 다른 세상에서 사고로 눈을 잃은 걸로 되어있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설정을 엿바꿔먹은거지요. 그외에도 설정 바꿔먹은 건 몇가지 있습니다만.....(예를 들어서 메탈기어 렉스는 원래 소련에서 개발한거였다던가), 그런거까지 다 따지다보면 제가 완전 코지마씨한테 시비 걸려고 눈에 불심지킨 사람처럼 보이겠네요.

아무튼, 얘기가 너무 길어진 거 같으니 말 한거, 말 안한거까지 전부 싸그리잡아 정리하겠습니다.

코지마 히데오는 지난 21년간 수많은 반전 게임들로 게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대단한 게임제작자입니다. 중간중간에 제가 좀 흠을 잡긴 했지만 아무튼 대단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얼마전 MGS4가 발매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단지 그 게임을 즐기기 위해 PS3를 사고 있습니다. 저또한 MGS2를 위해 PS2를 샀던 사람인 만큼, 금전적인 기회가 된다면 그 게임을 위해 PS3를 구할 거에요. 네, 어떤 의미로 보면 낚이는 거죠. 하지만 이런 식으로 낚이는 거라면 오히려 환영입니다. 비록 코지마 히데오가 제작하는 메탈기어 시리즈는 4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만, 앞으로도 적절한 반전이 버무려진 게임들로 저 좀 팍팍 낚아주셨으면 부탁드립니다.



12일 저녁 11시에 쓰기 시작했던 포스팅이 오전 9시에 끝나게 되었네요. 사실 말씀드리자면 제가 언급하려다가 그냥 지나가는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여러분들의 의견 부탁드리고요, 4위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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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Hineo 2008/06/13 11:24 # 답글

    ...생각해보니 '코지마가 참가했다고 하는' Z.O.E. 2nd Runner는 의외로 '이렇다할 반전'이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이... 차기작에도 참가한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나저나 글을 보니까 어제 모의고사... 저거 과연 자기 게임 네타로 써먹을지(?)가 더 궁금하네요.
  • 사카키코지로 2008/06/13 16:06 #

    두근두근 메모리얼 드라마시리즈 - 무지개빛 청춘에서도 별다른 반전은 없었죠. 아니, 그 게임에서 코지마 스타일의 반전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지만......
  • skullokei 2008/06/14 03:13 #

    드라마 시리즈고 아누비스고 실질적인 메인은 무라타 슈요-_-;
  • Dalpang-e 2008/06/13 13:08 # 답글

    ...사실 코지마씨의 작품은 ZOE시리즈만 해보았지요.
    메탈기어 시리즈도 해보고 싶긴 하고, 특히 이번 작은 여러 이유에서 해보고 싶은데
    여러 이유로 손이 닿지 않는 게임이더군요, 할 기회가 오면 좋겠다..라는 시리즈입니다.
  • 사카키코지로 2008/06/13 16:07 #

    저에겐 PS3를 구해야 된다는 엄청난 벽이 있어서 플레이할 기회가 오지 않을 거 같습니다......토호호~
  • joogunking 2008/06/13 21:57 # 삭제 답글

    헉 엄청난 스포일러들이 있네요. 정성이 담긴 글 잘 보고 갑니다.
  • 사카키코지로 2008/06/14 02:23 #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블랙 2008/06/13 23:22 # 답글

    코지마가 제작하지 않은 작품인 Snake's Revenge가 놀라운게 이후의 메탈기어2나 MGS시리즈에 등장하게 되는 요소가 여러가지 먼저 나옵니다. 대표적인것을 뽑자면 포복, 환풍구에 리모콘 미사일 발사해서 목표물 맞추기, 지향성마이크, 양산형 메탈기어, 사이보그 보스와의 대결
  • 사카키코지로 2008/06/14 02:24 #

    코지마 본인도 Snake's Revenge는 괜찮은 얘기를 해줬죠. 시리즈 후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만....
  • skullokei 2008/06/14 03:22 # 답글

    원래 게임업계에서 후속작 생각하고 스토리 짜는 사람은 없음. 다 나중에 가져다 붙이기 작렬하는 거심. 대신 여태까지 뿌린 떡밥을 이번 MGS4에서 정말 말끔하게 끝내버렸기 때문에 불만은 없어졌음.

    클레이모어인 이유는... MGS1, 2를 종니 플레이해보면 알겠지만 이 게임에서 지뢰 파묻을 수 있는 땅이 얼마나 나올까시라... 중간중간 나오는 아주 찔끔 나오는 눈밭 밖에 없음. 게다가 MGS2에서는 빅쉘, 탱커 포함해서 흙바닥이 단 한 번도 안나옴. 맨바닥에 지뢰를 파묻으면 그거야 말로 코미디니.
  • 사카키코지로 2008/06/14 03:37 #

    M14도 굳이 묻을 필요 없이 바닥에 내려놓기만 해도 되죠. 애초에 작으니까 그냥 내려놓아도 잘 안보일 정도고......

    뭐, 지뢰에 대해서 약간 불평을 토로하긴 했습니다만 이 글의 핵심은 코지마씨가 좋은 게임들로 많은 유저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닉때와는 달리 비하할 생각 없이 쓴 글이에요.

    그리고 다른 얘기되겠습니다만 자기가 만들건 아니지만 메탈기어 시리즈는 계속될거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새로운 낚시의 냄새가 납니다......ㅡㅡ;;;
  • 진정한진리 2008/06/15 00:37 # 답글

    이번 MGS4에서 정말 코지마 감독님 스러운 스타일의 개그장면이 하나 있다고 하던데....그 장면 스포 보고 진짜 웃겨 미치는줄 알았습니다. 왠지 '낚인'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죠;;
  • 사카키코지로 2008/06/17 23:52 #

    저는 아직 못봐서......;;;
  • 레이트 2008/06/17 22:31 # 답글

    뭐...이번에도 낚일껍니다. 그래야 존 오브더 앤더스3편 도 나올겉 같으니....(아무튼. 코지마 히데오 감독이 선구자적이신 분인건 확실합니다. 메기솔2를 처음 했을때의 으 느낌이란.....소름이 오싹...)
  • 사카키코지로 2008/06/17 23:52 #

    지금 당장이야 안되겠지만 언젠간 저도 낚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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