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잔다더니 결국 봐버린 E3 by 사카키코지로

어제까지만해도 360으로 MGS가 나온다고 설레이던 엑박팬들에게 코지마씨가 'PSP용 신작 MGS야 말로 진정한 MGS후속이다'라고 선언, 그들의 열광을 하루도 못 가 잠재워버리고 말았네요. 하여간 이 아저씨 사람 낚는 건 알아줘야 된다니까......

아무튼,

이번 E3 컨퍼런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작년보다 볼거리가 많았었습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놀랍진 않았습니다. 제가 너무 나이를 먹은건가요 아니면 게임제작사들의 아이디어가 동나버린 걸까요?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는 각각 Natal과 Eye-Motion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모션 센서' 컨트롤러를 선보였는데요, 어느쪽도 다 나름 임팩트가 있었습니다. 사실 까놓고 보면 Wii 리모콘을 배낀 거지만, 이 둘이 이렇게 성장하도록 닌텐도가 내버려뒀다는 건 그들의 미스인거 같네요. 물론 닌텐도도 작년에 이어서 Wii모션 플러스를 선보였습니다만, 이미 1년전에 보여준 물건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신선함이 느껴지질 않네요. 그래픽 좋은 Wii를 바라셨던 유저들이라면 이 소식에 솔깃했을 거 같습니다.

PSP go
새로운 PSP가 나올거라 예측은 하고 있었지만 이번 go는 좀 의외였네요. 소니에게 있어서 계륵이나 마찬가지였던 UMD를 포기한 건 나름 과감한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그리고 소형화를 노렸다는 것도 의외였지요. 작년에 선보였던 PSP도 사이즈는 작아졌지만 화면은 커졌었는데, 이번엔 전부다 작아졌습니다. 그리고 전 이미 게임보이 미크로란 전례로 '작아진다고 모든게 좋은 건 아니다'란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별로 달갑지 않네요. 많은 분들이 슬라이드 디자인에 불만을 토로하셨는데요, 개인적으론 PSP의 소형화 컨셉에 어울렸다고 봅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라이징 & 피스 워커
코지마씨는 많은 사람들을 낚으셨지만 저를 낚는데에는 실패하셨습니다. 전 그저 강건너편에서 파닥파닥 낚이는 모습만 볼 뿐이었죠. 만약 정말로 코지마씨가 저까지 낚고 싶었다면 새로운 프랜차이즈를 보여줬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스내처나 폴리스너츠처럼, 서쪽에서는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은 코지마 게임의 리메이크 같은 것도 괜찮았겠죠.

파이널판타지 14
헐, 13도 안나왔는데 벌써 14야? 라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RPG로군요. 처음에는 마치 PS3 점유인것처럼 분위기를 풍기더니 '내년 중순에 PS3로만 플레이 할 수 있다'라고 선언하는 부분이 나름 웃겼었습니다. 그 외의 부분은 제가 온라인 게임을 안하니 패스.

메트로이드 M
뒤통수 맞았습니다. 슈퍼 마리오 갤럭시 2나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Wii는 나름 감 잡고 있었는데, 설마 팀 닌자와 닌텐도의 합작으로 신작 메트로이드가 나올 줄이야.

근데 여기서 한가지 개인적인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전 팀 닌자가 싫어요!

.......뭐, 이빨까기 아저씨는 나갔으니 괜찮으려나. 닌자 가이덴처럼 나온다면 개인적으로 역시 패스입니다. 닌가/메트로이드 팬들한테는 최고의 선물이 되겠지만요.

올해의 닌텐도
작년 E3의 혹평이 그들한테도 들린건지, 올해의 닌텐도 컨퍼런스는 뉴슈마Wii, 슈마갤2, 메트로이드 M등 코어 게이머들을 타게팅한 게임들의 발표가 많았습니다. 뭐, 그 점에 대해서는 나름 점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닌텐도는 이제 제발 자랑 좀 그만 늘어줬으면 합니다.

Wii가 발매된지도 어언 2년 반, 이제 닌텐도가 Wii와 DS를 졸래 많이 팔았다는 사실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아무리 닌텐도를 싫어하는 사람이 닌텐도에 대해서 안 좋은 사실을 줄줄이 늘어놓아도 그 사실 만큼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그러니 이제 제발 자랑 좀 하지마!!! 만약 닌텐도가 이번 컨퍼런스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Wii를 몇대 팔아치웠고 게임 유저를 얼마나 확대했고 등등등....." 같은 뻘소리를 생략하고 좀 더 자세한 게임 정보 제공에 신경써줬다면 훨씬 더 좋은 컨퍼런스 이벤트가 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가뜩이나 심야에 졸려 미치겠는데 수면제 같은 연설들이 줄줄이 이어지니 내가 지금 E3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학교 교장선생님의 연설을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군요.

뭐 아직 E3가 완전히 끝난 건 아닙니다.
써드파티들의 발표도 있고, 뭔가 또 예상치 못한 발표가 불쑥 튀어나올지도 모를 노릇이죠. 그러나 지금까지로 봐서는 흥미롭긴 했지만 2004년의 E3를 뛰어넘긴 힘들어 보입니다.

트랙백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TrackbackURL : http://kojiroh.egloos.com/tb/4967707 [도움말]

덧글

  • meercat 2009/06/03 08:27 # 답글

    제작사들의 아이디어가 고갈되지 않았을까 하는 점에서는 저도 공감합니다.
    이제 남은건 지금까지 나왔던 아이디어를 어떻게 더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냐에 달렸겠죠.
  • 사카키코지로 2009/06/03 21:07 #

    새로운 아이디어의 가능성은 지금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저 그런 아이디어를 찾기가 어려운 거죠.

    비디오게임이라는 오락문화가 시작한 이후 DS나 Wii처럼 직감적인 조작성을 가진 게임이 나오는데에 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차세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타나는데에도 비슷한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 않을까 싶네요.
  • thinkpad 2009/06/03 08:31 # 답글

    > 작년에 선보였던 PSP도 사이즈는 작아졌지만 화면은 커졌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질문 드립니다.
    제 기억에는 PSP 액정 사이즈가 변경된 것은 (작아지던 커지던) PSP Go가 처음인 것 같아서요. 제가 모르고 있는 정보가 작년에 선보였던 것이라면 알고 싶습니다 ^^
  • 사카키코지로 2009/06/03 21:13 #

    악 죄송합니다! 인간이 잠을 안자고 뻐팅기다 보니 기억력이 #$ %$#%이 되어버려서 PSP또한 DS처럼 소형화되면서 화면사이즈가 커진 줄 알았었네요.

    잘못된 정보를 알려드려서 대단히 죄송합니다.
  • Dalpang-e 2009/06/03 10:04 # 답글

    그래도 전 미크로 굉장히 만족하면서 사용하였는뎀...
    다만 GO는 버튼 배치가 실로 오묘해서 어떻게 조작해야 할까...라는 의구심이 듭니다
  • 사카키코지로 2009/06/03 21:22 #

    만져봐야 알겠죠.

    현재 저에게 있어서 미크로는 플레이얀하고의 연계로 아이팟 대용품이 되어버렸습니다.
  • 東煜 2009/06/03 12:29 # 답글

    아직 게임이 출시가 안된상태라 예측수준이긴 하지만, PSP Go의 등장은 이쪽으로 UMD의 제약을 벗어난 좀더 고용량의 타이틀이 나와주지 않으려나 싶어보이더군요.
  • 사카키코지로 2009/06/03 21:23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제 UMD게임들의 가격이 폭락해버린다는게 문제입니다(뭐 팔생각은 없지만요).
  • skullokei 2009/06/03 19:21 # 답글

    natal은 오히려 Wii가 가려고 했던 길을 더욱 앞서 나가는 컨셉이라고 생각-_-;
    소니는 완전 코미디였고.

    닌텐도는 올해도 초지일관 자기자랑 컨퍼런스였는데
    곧 닥쳐올 심각함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_-;
  • 사카키코지로 2009/06/03 21:26 #

    개인적으로 소니의 아이모션도 괜찮았다고 봅니다. 컨트롤러가 딜X처럼 보였다는 점만 빼면 말이죠.

    글쎄요. Natal이 놀랍긴 했습니다만 닌텐도의 방심을 틈타 선전할 정도의 물건은 아니라 봅니다. 이미 유저층이 모션조작감에 익숙, 혹은 질려버린 상태라서 말이에요. 그리고 닌텐도 컨퍼런스는 겉모습은 자랑투성이었지만 공개된 소프트웨어 라인업을 보고 있으면 앞으로의 전개를 전혀 인지하고 있지 않는 건 아닌거 같습니다.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