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記) - 아타리 쇼크의 진실 by 사카키코지로

더블서티 게임기(記)는 비디오 게임 관련 일화중, 게임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할만한 내용들을 선정해 기록해두는, 일종의 게임역사 데이터베이스가 되겠습니다. 간만에 돌아온 이번 포스팅에서는 게임역사에 있어서 잊어서는 안될 최악의 사건, 아타리 쇼크의 진실에 대해서 얘기해보겠습니다.

1983년, 비디오 게임 시장은 이른바 '아타리 쇼크'라 불리우는 시장붕괴현상을 맞이하게 된다. 게임기, 게임소프트웨어의 판매량이 급속도로 떨어졌으며, 관련 업체들의 주식 대폭락은 물론 대다수의 회사들이 도산, 그당시는 물론 지금에 와서도 유래가 없는 대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런 현상이 벌어진 걸까?

많은 사람들이 아타리 쇼크의 원인을 1982년 연말에 발매되었던 아타리VCS(= 아타리 2600)판 E.T 때문이라 생각하는데, 이는 옳지 않다. 비록 아타리판 E.T가 엄청난 혹평과 반품끝에 사막에 매립되었다고 할 정도의 졸작이긴 했지만, 고작 못 만든 게임 하나 때문에 하나의 회사도 아니고, 게임시장 전체가 붕괴되었다는게 가능한 얘기인가? 원인 중에 하나일 수도 있지만, 아타리 쇼크의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만약 아타리 쇼크에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아타리사의 방임주의에 가까운 운영정책에 있다. 아타리사는 1980년에 아타리VCS의 게임 개발툴을 완전 공개하는데, 이로 인해 특별한 허가 없이 아무나 해당 게임기용 소프트웨어를 제작,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책 초기에는 스페이스 인베이더, 팩맨, 심지어는 닌텐도의 동키콩 같은 게임들도 발매되어 아타리VCS의 매상율이 올라갔는데, 통제가 안되어있는 서드파티들로부터 대충 만든 게임, 남이 만든 걸 베끼거나 해킹한 게임 등이 만들어지면서 졸작 게임들이 엄청난 수로 늘어나는 포화 상태에 이르게 된다.

게다가 당시에는 아직 '게임은 완구의 일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지라, 게임전문 잡지라던가 평가 같은 미디어 매체라는게 일절 없었던 상태였다. 인터넷도 없었던고로 이미 구입한 사람들의 소감 같은 걸 확인할 길도 없고, 자기가 산 게임의 퀄리티를 확인할 유일한 방법은 직접 구입해서 해보는 수 밖에 없었다. 이 와중에 앞서 얘기한 졸작게임 포화상태가 벌어지자 유저들이 아예 게임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이것이 시장붕괴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소프트웨어의 가격기준이 무너진 것도 시장붕괴의 큰 원인 중에 하나이다. 앞서 얘기한 아타리의 개발툴 공개로 인해 수많은 서드파티들이 게임제작에 참여케 되었는데, 서드파티가 많아졌다는 건 게임판매에 실패하여 도산하는 회사들 역시 많아지는 결과를 부르게 된다. 그리고 그런 회사들이 자신들의 '실패작'을 처분가격에 판매하게 되자, 정가에 팔리는 게임들이 비싸보이는 현상이 벌어졌고, 이렇게 무너진 정가기준을 따라잡기 위해 제대로 운영되는 회사들이 도산한 회사의 게임가격을 따라가다가 덩달아서 도산해버리는 웃긴 사태로 이어진 것이다.

그 외에도 경쟁 회사들 사이의 무분별한 대결(콜리코社의 콜리코비전의 경우 아타리VCS게임이 지원되는, 지금으로썬 상상도 할 수 없을 주변기기를 만들었다), 판매량 예측을 전혀 안한거 같은 대량생산, 저렴해진 개인용 컴퓨터하고의 경쟁등의 자잘자잘한 원인들이 겹쳐서 '아타리 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아타리 쇼크의 여파는 크게 퍼져, 가깝게는 닌텐도의 패밀리 컴퓨터가 등장할 때까지, 멀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가 나타날 때까지 미국 게임시장은 침체기를 걷게 되었고, 그 당시는 미국 게임 시장 = 전세계 게임시장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도 이 영향이 미치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게임업계(= 닌텐도)는 이 침체기를 타파할 수 있었을까? 그건 다음 기회에 언급하겠다.

덧글

  • WeissBlut 2012/08/13 03:59 #

    아타리판 E.T.가 "방아쇠"라고 하는 사람은 있어도 총체적인 원인이 아타리판 E.T.에 있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텐데요? 그리고 방아쇠라는 측면에서는 아타리판 E.T.가 아타리 쇼크의 시발점이 되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죠.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5:24 #

    아타리판 E.T가 워낙 졸작 게임으로서 전설적인 명성(?)을 떨치다보니 최근에 들어서 그 악명이 상당히 과대평가된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E.T가 제작중이던 시절에 이미 비디오게임시장붕괴현상은 진행중이었습니다. 프로그래머 이탈현상이나 가격경쟁에 따른 제작비 부족 등의 원인들이 겹쳐 E.T가 그런 졸작 게임이 된 거지요.

    원인제공요인 중 하나인건 부정하기 힘듭니다만, E.T가 없었다해도 결국 붕괴현상은 일어났을 겁니다.
  • 제드 2012/08/13 07:38 #

    다음 기회가 궁금하군요 -_-)))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5:26 #

    닌텐도가 비디오 게임제작사로써 1차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 얘기이지요. 흥미로운 뒷이야기가 꽤 있는 편입니다.
  • 알트아이젠 2012/08/13 08:02 #

    이런저런 문제들이 많았군요. 다음 기회가 절로 궁금합니다.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5:52 #

    어떤 일이든 그 원인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법이죠. 근데 사람들은 한가지 요인 탓으로 돌리는 걸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 KAZAMA 2012/08/13 10:25 #

    뭐 국내 온라인게임도 아타리 쇼크가 얼마 남지 않았지요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5:54 #

    비록 시대가 바뀌었다곤 하지만 어느정도 수준으로 다시 벌어질수 있는 사건이었죠. 앞을 보지 않고 무분별한 운영방식을 고수한다면 아타리 꼴 안난다고 장담 할 수 없습니다.
  • 코코볼 2012/08/13 11:08 #

    아타리 쇼크에 대해서는 닌텐도가 자사의 게임 통제정책을 합리화 하기 위해서 지어냈다는 설도 있습니다. 아타리의 방임정책이라 하지만, 사실 PC게임업계나 온라인업계의 예를 들어보면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 면도 있고요. 오히려 당시 아타리 게임시장이 일반 장난감 트렌드의 몰락과 연관이 있다는 설이 최근에는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6:02 #

    1) 아타리 쇼크 당시의 닌텐도는 그저 일본의 한 조그만한 중소기업에 불과했을 뿐입니다. 업계는 물론, 매스미디어를 조종할 수 있는 힘도 없었습니다.

    2) 닌텐도가 미국 게임시장에 복귀하는 건 아타리 쇼크로부터 2년뒤인 1985년입니다. 그 사이닌텐도가 아타리 쇼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는 건 시기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3) 설마 게임기를 팔아서 이윤을 내야되는 비디오 게임업계랑 컴퓨터는 기본적으로 보급이 되어있다는 전제하에 소프트웨어를 파는 PC게임업계랑 동일시하시는 건 아니죠?

    4) 마찬가지로 아타리 쇼크로부터 10~20년이 지난 뒤에 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5) 장난감 트렌드 자체가 몰락한게 아타리 쇼크의 원인이었다면 닌텐도가 비디오 게임 시장을 부흥시키는 것 역시 무리였을 겁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닌텐도의 성공 배경을 언급할 때 다시 얘기하지요.
  • 셔먼 2012/08/13 11:58 #

    지나친 방임주의가 결국 화를 불렀군요.
  • 사카키코지로 2012/08/13 16:04 #

    아타리가 사실상 '소프트웨어의 교체가 가능한' 게임기의 시초였다보니 운영면에서 좀 미숙한 면이 있던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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