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판 vs 한글판 비디오게임 이야기

한 때 국어를 전공하던 저로써 다소 흥미로운 얘기가 생겨서 이렇게 포스팅합니다. 오늘은 사이버프론트 코리아에서 초차원게임 넵튠 시리즈의 외전격 게임인 '초여신신앙 느와르 격신 블랙하트'가 발매되는 날인데요. 공식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트위터에서 이런걸 발견했습니다.



흐음 한국어판이라......우리는 주로 '한글판'이나 '정발판'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지요. 뭐, 후자의 경우야 정식발매의 줄임말이니 그 의미 그대로입니다만, '한글'은 우리말을 쓰는 글자일뿐이니 한글판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아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우리가 영어로 된 게임을 알파벳판이라 하지 않고, 일본어로 된 게임을 히라가나/카타가나판이라 하지 않듯이 말이에요(물론 영어만 알파벳을 쓰는 것도 아니고, 일본어가 히라가나/카타카나만으로 되어있는 것도 아니라는 거 압니다).

근데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이런 식으로(특히 CFK에서 나오는) 로컬라이징 된 게임이 '한국어판'이라 불리기 적합한지 말이에요. 요즘 우리나라에 나오는 게임들은 1) 로컬라이징을 거치지 않고 나오거나 2) 텍스트 로컬라이징만 하고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우리말 더빙은 거의 가뭄에 콩나는 수준이 되어버렸죠.

텍스트 로컬라이징, 즉 번역도 종종 그 퀄리티에 아쉬워질 때가 있습니다. 아니, 오역을 얘기하는게 아니라요. 가끔 '그저 의미만 전달되면 되겠지'라는 생각인건지 원본의 특징을 생략하고 번역할 때가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투리가 있지요. 뭐, 사투리의 번역이 힘들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그걸 표준어로 번역해 놓고 이걸 잘했다고 하기엔 좀.....아니 꽤 미묘하죠.

물론 오버했다가는 이렇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맘에 들지만


어째 얘기가 옆으로 새면서 이런저런 얘기가 나와버렸습니다만 제가 말하고 싶었던건 '우리말로 로컬라이징된 게임을 한국어판이라 부르는 건 맞다 생각하는데, 부분만 로컬라이징된걸 한국어판이라 하는건 아닌거 같다'입니다. 게이머 중에 원본 그대로의 음성으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것(특히 성우덕후들)도 압니다만, 선택의 여지를 주는게 가장 이상적이겠죠.

그런 점에서 역대 최고의 한국어화 게임은 이거 아니었나 싶네요.

......근데 생각해보니 결국 이거 우리나라에 나오는 게임을 뭐라 부르는거에 대한 얘기일 뿐이니, 예송논쟁이나 마찬가지일까요

덧글

  • 이젤론 2014/12/05 10:37 #

    정발판에 한표(...)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10:55 #

    근데 정발판이라 부를 경우 비로컬라이징 정발게임과 혼동되지요
  • 레이오트 2014/12/05 10:44 #

    음... 영문판이나 일어판 등이라고 보편적으로 부르던 기억이... 한문판이나 한어판은 어감도 안좋고 중문판과 혼동가능성도 있어 풀어서 한국어판, 한글판 등으로 표시했을 듯 하고요.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10:58 #

    한국어판보다 한글판이라 부르는게 더 짧으니 그렇게 부르게 된 것도 있다고 봅니다. 근데 그래서인지 한글 = 한국어라고 오해하는 외국사람들이 많아졌지요. 일본의 경우 아예 국가단위로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 거 같고...
  • PFN 2014/12/05 11:03 #

    어느 동네 선비들이 그 명칭 가지고 핏대올리며 싸우던 꼬라지가 생각나네요.
    한글화
    한국어화
    우리말화
    ..
    등등 존나 의견들 쏟아졌는데
    그거 보고 있으니 역시 예송논쟁의 자손들이야 하는 생각이 절로..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13:49 #

    뭐 적절한 표현을 사용해야 된다는 점은 중요하지요. A인걸 B라고 부르는 건 틀렸으니까요......문제는 그런 얘기를 하다보면 어느게 맞고 틀린지가 아니라 그저 싸우는 얘기가 되어버린다는 거지만
  • 무명병사 2014/12/05 11:58 #

    엄밀히 말하자면 한국어'를 제대로 표현하는 문자'로 창제된 게 한글이지만 아무래도 상관없고(...) 제게 최고의 한글화 게임은 역시 개그경보2였죠.

    "거...거기 누구요? 아...안돼!"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13:50 #

    에, 무슨 게임이죠?
  • 무명병사 2014/12/05 14:35 #

    PC쪽입니다만... 레드얼럿2입니다. 적절한 번역 + 나사가 튀어나간 분위기때문에 개그얼럿이라고도 하죠(...).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15:07 #

    컴퓨터 게임쪽으로 최고의 한국어화라면 전 하프라이프에 한표 주겠습니ㄷ...
  • ChristopherK 2014/12/05 17:15 #

    안녕, 고든, 난 좀 바빠.
  • 무명병사 2014/12/05 18:05 #

    오늘은 중요한 날이야 프리맨.
  • 제주도사람 2014/12/05 16:42 # 삭제

    재주토박이 입장에서 저건 눈뜨고 못봐줄 번역입니다...
  • 제주도사람 2014/12/05 16:44 # 삭제

    펜안하우꽈? 오늘도 날씨 참 좋은게마씸! 정도가 되어야죠.
  • WeissBlut 2014/12/05 16:47 #

    애초에 히비키부터가 항상 오키나와 사투리를 쓰는건 아니라는게
  • 제주도사람 2014/12/05 16:58 # 삭제

    제주도 사투리에 안녕하수꽈란 말은 없어요.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20:45 #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히비키는 한국어판 모바마스에서도 오키나와 사람이라는 설정이니 오키나와어(오키나와 말은 일본어의 방언이 아닙니다)를 쓰는게 맞겠지요. 제가 이번 히비키 번역에서 맘에 드는 건 유저들에게 타지방사람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게 엉터리든 아니든 제주도 사투리를 사용하려고 했다는 '의도'지요. 아마 엔간한 번역자들이었다면 그런 시도도 안했을 겁니다. 아무도 그거 두고 뭐라 지적도 안했을테고요.
  • 제주도사람 2014/12/07 14:56 # 삭제

    제주도사투리도 언어학적으로 독립어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은 이왕할거면 제대로 해서 욕먹는일 없게 하라는거지요. 더 힘들게 번역하면 뭐합니까 고증이 엉터리라 아는 사람에겐 욕먹고 모르는 사람은 저게 제주도 사투리인줄 알고 기억할텐데요…
  • ChristopherK 2014/12/05 17:18 #

    어쨌거나 프로그램 받아서 디스크 굽고, 디스크 자켓에 우리말 집어넣으면 로컬라이징(.)
    1990년대에는 이 쪽도 다 쳐줬는데, 한참 우리말 녹음이 절정일 떄는 또 다 한글화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다가
    이제는 다시 90년대 식으로 해주면 다행이고, 한국어판은 정말 "용자"란 소리 듣죠.

    PS: 개인적으로 최고의 한국어판 게임은 멕워리어4, 멕커맨더2.. 요즘은 스타2가 짱드셈 수준이긴 하지만요.
  • 무명병사 2014/12/05 18:05 #

    블리자드 게임 중 한글화가 엉망인 게임이... 있긴 했네요.
    디아블로2라던가 워크래프트3이라던가. ("누구? 저요?" "덮개를 벗겨!")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20:46 #

    뭐 그래도 스타2오면서 블리자드의 우리말 로컬라이징은 센스가 생겼죠.
  • 지나가던한량 2014/12/05 18:14 #

    언어학적으로 본다면야 한글은 문자의 일종일 뿐이고, 한국어는 한국 내에서 통용되는 언어생활 전체를 통칭하는 것이니 글만 번역된 것이라면 한글판이 맞긴 합니다.
  • 사카키코지로 2014/12/05 20:41 #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게 그거였습니다...
  • 세종대왕 2014/12/06 00:41 # 삭제

    야메로! 곤나 다타카이와 모 야메룬다!

    호라 모 젠젠 헤이키다시

    - 좋은 '한글'판 번역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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